국제갤러리는 오는 4월 1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전을 개최한다. 전시장 3관(K3) 및 1관(K1)에서 선보일 스털링 루비의 개인전은 그만의 고유한 스프레이 회화 연작 및 도자기와 브론즈 조각 작품인 Basin(널찍한 대야 혹은 그릇과도 같은)연작, 그리고 부드럽고 유연한 성격의 검은 가죽 재질로 이루어진 설치 조각 작품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루비는 시각적 표면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재료와 그것이 지닌 물성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대표적인 작품은 대규모 회화들로서 캔버스에 스프레이페인트를 겹겹으로 중첩시켜 만들어낸 색 면들이 환영으로 채워진 대기를 연상시키는 화면구성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세라믹, 곧 조각 위에 물감을 떨어뜨린 후 풍부한 유약처리를 통해 매끈한 표면을 나타내는 도자공업 기법의 작품 Basin Theology, 브론즈로 형상화한 조각인 Debt Basin2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물원단들을 이어 붙인 콜라주 및 쓰고 남은 넝마가 된 천 조각들을 기워 붙인 풀과 그 잔해들, 그리고 일정 형식에 따라 데님(청바지)을 표백한 후 패치워크한 기법을 통해 콜라주한 평면 작품 BC 3977 등은 루비가 시도하는 실험적인 재료와 기법에 대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이 설치 작품들은 흡사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무덤과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이 대규모의 골판지와 천 조각들로 기워진 콜라주 작품들은 벽면에 평면으로 설치 되며, 세라믹과 브론즈로 제작된 Basin 조각들은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골조로 이루어진 장소에서 일종의 제물 혹은 제단과 같이 전시장내 중앙에 설치 된다. 이외에도 다채로운 파스텔 색상의 스프레이 회화들은 어두운 단색조의 도자조각들의 그림자 및 다양한 색조의 패치워크와 대비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또한 뱀파이어 라고 이름 붙여진 부드러운 재질 감의 일련의 설치 조각들은 일찍이 작가가 제작했던 메마른듯한 검정 가죽을 골조로 한 밝은 색상의 천 조각들을 선보인 것에서 기인한다.
루비의 주요한 콜라주 연작 중 EXHM는 골판지를 재료로 한 모든 작품들을 총괄하여 지칭하는 제목으로서 기존의 정보에 새로운 목적이나 의미를 부여함을 내포하고 있다. 이 골판지들은 작가의 신작 제작을 위한 재료로써 버려져 있었지만 향후 새로운 목적으로 재활용되는 작품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루비가 대규모의 우레탄 조각을 제작했을 때 작업장 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큰 규모의 골판지 조각들을 사용했는데 이 골판지 조각에는 당시 우레탄을 보호하며 축적된 먼지나 테이프 그리고 발자국 등이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이러한 흔적들은 작품의 재료가 아니면서 장시간 동안 또 다른 작품의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면서 축적된 이미지의 재발견이며, 달리 표현하자면 묻혀있던 것의 회복을 위한 매개체이자 새로운 방편을 위한 집합체이며 또 다른 관점으로 해석된 작업장의 오브제들이라 일컬어질 수 있겠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스털링 루비의 Basin Theology 라 이름 붙여진 근래의 도자연작들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비교적 낮은 높이의 설치 작품으로서 금이 가고, 부서지고, 상처 난 도자 조각들을 조형적으로 조합하여 흰 좌대 위에 설치한 것이다. 이 재활용된 부서진 잔여 조각물들은 일종의 상징적 성격을 내포한 고백이 되기도 하고, 종종 동물적이고 원초적인 잔재들(예를 들면 털 혹은 가죽과 같은) 혹은 도자기 조각들과 재결합되기도 한다. 나아가 이는 도자 고유의 반복적인 유약처리 및 가열기법에 따라 종래에는 모든 것이 뒤섞여버리기도 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작가소개
스털링 루비는 1972년생으로서 현재 미국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에 거주 및 작품활동 중이다. 1996년 펜실베니아 스쿨 오브 아트 앤 디자인 졸업 후 2002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조형학 학사를 취득했으며, 이후 2003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아트센터 컬리지 앤 디자인에서 조형학 석사를 졸업하였다. 루비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기념비적인 조각작품을 통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환각적인 색상들의 회화작품들 및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다층적인 이미지가 중첩된 콜라주 작품들을 제작해왔다. 그리고 비디오에서 영향을 받은 퍼포먼스 작품들과 그만의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자리매김한 유약처리기법의 도자공법을 활용한 조각 및 설치 작품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루비가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작품주제 및 다양한 실험을 통한 접근 방식으로는 독립적으로 구분되는 충돌과 사회적으로 합의된 통제의 기제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제도권 내의 건축적 파급과 이에 따른 인간의 제한적 혹은 습관적인 행동기제, 인간의 부조리함과 심리적 역기능(특히 미국에 대한), 그리고 사회적인 소외 및 문화적 변화에 따른 주변화에 대한 대립 등 저항적이며 전통적인 미니멀리즘의 시각언어와는 대립되는 작품 성격을 지니고 있다.
주요 개인전 및 참여전시로는 2012년 제네바 현대미술센터, 프랑스 랭스의 샹파뉴-아르덴주 현대미술지방재단 및 스웨덴 스톡홀롬 보니어스미술관에서 열린 순회전 ‘Soft Work’, 2008년 이태리 베르가모 현대미술관의 ‘Grid Ripper’전,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의 ‘Supermax 2008’전과 뉴욕 드로잉센터에서 열린 ‘Chron’전 등이 있으며, 올해 2013년 5월에는 로마 멤모재단과 벨기에 겐트의 돈트-데넨스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준비 중에 있다. 그 밖에 주요 소장처로는 뉴욕의 휘트니미술관, 텍사스 달라스 내셔 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런던의 테이트 모던,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주립미술관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 노르웨이 오슬로의 아스트룹피언리미술관, 그리고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등이 있다.